증거인멸한 경찰 정보과 직원들과 압수수색 영장 집행 후 사라진 특수본

by 이원우기자 posted Jan 11,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스피라TV]

 

 

경찰.jpg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3일 전인 20221026,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는 인파 위험을 우려한 정보관 A경사의 보고가 이뤄졌다. A 경사는 2018년부터 용산서에서 일하며 특정 기념일에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을 수년 간 지켜봤고, 참사 2주전 열린 ‘2022 이태원 지구촌축제땐 현장 정보관으로도 활동한 실무자이다.

 

그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보고서를 작성했다. 핼러윈 전후로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할 수 있고, 경찰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였다. 동시에 정보과장에게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 나가 현장에서 인파를 관리하고, 위험 상황 발생 시 경력을 요청하는 등 신속 대응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A 경사의 보고는 묵살됐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공개한 서울서부지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A 경사로부터 핼러윈 인파 관련 보고를 받은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은 집회에 총력 대응해야지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할게 뭐가 있느냐A 경사의 보고를 묵살했다.

 

게다가 참사 발생 4일 후인 112일엔 A 경사가 작성한 보고 자료가 그의 컴퓨터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이날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용산서 정보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날이었다. 특수본의 용산서 압수수색 일정이 김 과장에게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특수본은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 전 용산서 정보과장이 증거 인멸을 모의해 용산서 한 정보관에게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두 간부를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지난해 12월 검찰에 송치했다. 파일을 삭제한 정보관에겐 공용전자기록등손상과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지난해 1230일 기소됐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경찰청과 서울청, 용산서는 10월 초부터 핼러윈 기간 이태원 지역의 안전관리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서버엔 지역의 특정 동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경우 하급청 정보관이 정보를 수집, 분석해 상급청에 보고하는 ‘SRI보고서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용산서 정보관은 104일 경찰청 정보국 지시로 가을축제행사 언전관리 실태 및 사고위험 요인’ SRI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다른 용산서 정보관도 107핼러윈 데이, 온오프 치안부담요인이라는 제목의 SRI 보고서와 할로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위험 우려보고서를 작성했다.

 

관할 31개 경찰서 정보과의 보고를 취합한 서울청 정보부도 1014일경 핼러윈 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요인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청장에 보고했다. 서울청장은 이에 1017일 열린 회의에서 산하 경찰서장들에게 “3년만의 거리두기 해제로 이태원, 홍대, 강남 등 중심으로 많은 인파 운집 예상된다해당 부서, 관서는 범죄 예방과 시민안전 위한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지시가 있었음에도) 서울청 정보부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용산서 정보과는) 과장회의와 112종합상황실로부터 핼러윈 업무추진 계획 수립취지의 연락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정보과장은 당시 바로 아래 직위인 정보계장에게 이태원 위험 분석 보고서를 썼던 A경사에게 해당 보고서를 안 썼다고 하면 어떻겠냐, 컴퓨터를 다 지우는 게 어떻겠냐며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112일 특수본이 압수수색을 위해 용산서 정보과 사무실에 들이닥치자, 박 전 정보부장과 김 전 정보과장이 A 경사 컴퓨터 자료 등을 인멸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은 박 전 정보부장이 관련 증거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이해 못한 김 전 정보과장을 질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 전 정보부장은 111~2일 동안 31개 서울시 내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참석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압수수색, 감찰, 언론취재 대비 규정에 안 맞는 문서 보관하는 일 없도록 보안관리 점검등의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김 전 정보과장이 경찰청 특별감찰반으로부터 자료 제출 요청을 받고 이를 문의하자 지시를 했으면 그 의미 이해해야죠. 왜 이해 안하고 있어요라며 삭제 취지로 다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112일 경찰청 특수본이 용산서 정보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 후 잠시 자리 비운 사이, 용산서 정보관이 서울청 정보부장의 삭제 명령을 받은 용산서 정보과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A경사 컴퓨터의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hwp’ 등의 파일을 삭제했다며 이들에게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

 

 

 

스피라TV 이원우 기자 spirra2w@naver.com

 

<저작권자  스피라티비 뉴스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Articles

8 9 10 11 12 13 14 15 16 17